여름이다. 밖은 덥다. 아이들도 알고 있다. 나가자고 말을 안한다. 에어컨을 켜자고 말하거나 이미 전원 버튼을 눌렀다.
어제 사준 레고 프렌즈 카페는 유효 시간이 3시간이다. 30분만에 만들고 놀다보면 심심하다. 나를 부른다. 같이 놀자고 한다. 피규어를 하나 주고서는 손님 역할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이 카페는 와플 카페라고 한다. 진짜 손님처럼 하니까 재미없다고 알바생하라고 한다. 그러면, 사장님과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간에 얼마 줄거냐고 물어보니 5천원을 말하길래 너무 싸다고 만원으로 합의를 봤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와플 만드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하길래 수습 기간이냐고 물어봤다. 수습 시간을 거치고 알바생으로 빙의해서 손님 맞이를 했다. 그러다가, 배달의 민족 주문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 배달도 가라고 한다. 쉴새없이 떠들다 보니 아침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최애하는 압력밥솥에 생쌀을 넣고 센불에 올려놓으면 얼마지나지 않아 약불로 옮겨달라는 촤야야 소리를 내뿜는다. 5분동안 약불에 약을 올리면 이제 뜸만 들이면 된다. 그 사이에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 본다. 아니 그냥 스팸을 후라이펜에 데치는 정도다. 갓 지은 밥과 스팸 그리고 김 반찬은 그야말로 딱 아침 식사용이다. 다들 맛있게 냠냠 밥을 먹는다. 다행이다.
일요일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몇일동안 쌓여있던 비닐, 플라스틱, 종이류를 잘 정리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도 같이 가려면 2번은 왔다갔다 해야 한다. 그게 싫어서 어떻게든 한번에 가려고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서 내려가다가 손가락의 힘이 풀려 쓰레기를 땅바닥에 내팽길때가 있다. 오늘도 쓰레기장 입구에서 그 쇼를 하고 말았다. 다시 잘 주워서 버리다 보면, 남들이 대충버린 쓰레기들이 눈에 띄인다. 종이함에 박스를 안접고 그대로 넣는 건 일상이고, 플라스틱에 내용물이 보이는건 어쩔것인가... 얼렁 버리고 올라왔다.
어제 산 신발을 인터넷 검색해보니 무려 2배나 더 비싸게 산 걸 알게 되었다. 이런.. 아울렛에 다시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혼자 차를 끌고 20분 거리에 있는 아울렛으로 향했다. 환불하러 가니 인사도 없다. 그냥 취소 처리만 휙 해준다. 1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나도 휙 하니 빈 손으로 다시 집으로 왔다. 오는 중에 인터넷 주문을 하면서 신발 색상을 바꿨다.
집에 와서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놀고 있었고 나는 최애 하는 밥솥에 쌀을 넣었다. 이번에는 물을 좀 더 넣었다. 아침에 살짝 딱딱한것 같아서.. 점심에는 무얼 줘야하나 고민에 냉장고 문을 열였다. 저 깊숙이에 훈제 오리가 보였다. 아침처럼 전체 메뉴는 같다. 스팸에서 오리로 바꼈을 뿐이다. 밑반찬도 몇 개 제공하지만 오로지 흰 밥에 오리만 먹는다. 그래도 다들 밥 뚝딱. 이렇게 점심도 끝.
아이들은 영어 영상을 본다고 티비에 몰입중이다. 나는 그 틈에 수다중이다. 오늘은 딱히 계획없이 이렇게 저녁까지 보낼 것 같다. 그나저나 저녁엔 뭘 먹지....